중고거래 판매글, AI로 써서 3주간 팔아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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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두 달 앞두고 집을 둘러보니 안 쓰는 물건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3년 전에 샀다가 몇 번 못 쓴 에어프라이어, 몇 번 타고 베란다에 세워둔 접이식 자전거, 재택근무 시작할 때 들였다가 결국 거실 구석으로 밀려난 모니터 받침대, 그리고 포장도 안 뜯은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버리기는 아깝고 그냥 두기엔 이삿짐이 늘어나니 중고거래 앱에 올리기로 했죠.

문제는 제가 판매글을 정말 못 쓴다는 겁니다. 예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보면 “에어프라이어 팝니다. 상태 좋아요. 직거래만.” 이게 전부였어요. 그때 그 글은 2주 동안 채팅이 딱 한 번 왔는데 그마저 “만 원에 안 되나요”였습니다. 이번에는 물건이 열 개가 넘어서, 판매글 쓰는 걸 AI 챗봇에 좀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3주 정도 해보니 확실히 달라진 점도 있었고, AI 말만 믿었다가 손해 볼 뻔한 일도 있었어요.

처음 받은 판매글이 너무 매끈했던 이유

첫 번째로 에어프라이어를 맡겼습니다. “에어프라이어 중고 판매글 써줘”라고만 했더니, 이모지가 잔뜩 들어간 광고 문구 같은 글이 나왔어요. “✨ 바삭함의 끝판왕! 우리 집 주방의 필수템을 저렴하게 데려가세요 ✨” 같은 식이었는데, 읽자마자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중고거래 앱에서 이런 글을 보면 저부터도 업자 같아서 오히려 거르거든요.

더 큰 문제는 내용이 제 물건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용량, 사용 기간, 흠집 여부 같은 걸 하나도 안 알려줬으니 AI가 그럴듯한 일반론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핸드드립 레시피를 물어볼 때도 비슷한 걸 느꼈는데, AI는 정보를 안 주면 평균적인 답을 줍니다. 판매글은 평균적이면 안 팔리는 글이라 이게 더 치명적이었어요.

물건 정보를 먼저 적고 부탁하기

두 번째부터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물건을 직접 들고 보면서 메모를 먼저 썼어요. 모델명(제품 바닥 스티커를 확인), 산 시기, 실제로 쓴 횟수, 눈에 띄는 흠집 위치, 구성품이 다 있는지, 왜 파는지. 그리고 AI에게 “이 메모를 바탕으로 중고거래 앱에 올릴 글을 써줘. 과장하지 말고, 이모지 없이, 동네 이웃한테 말하듯 담백하게”라고 부탁했습니다.

결과물이 꽤 달라졌습니다. 제가 메모에 대충 적은 “바스켓 코팅 살짝 긁힘, 왼쪽 아래”를 “바스켓 안쪽 왼쪽 아래에 손톱만 한 코팅 긁힘이 있습니다(사진 3번째)”처럼 사진 번호까지 연결해서 정리해주더라고요. 단점을 먼저 밝히는 쪽이 오히려 신뢰를 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제가 쓰면 자꾸 흠집 얘기를 맨 끝에 작게 쓰게 되는데, AI는 그런 눈치를 안 보니 오히려 솔직한 글이 나왔습니다.

제목도 같이 받았는데, “에어프라이어 팝니다” 대신 브랜드와 용량, 상태를 앞에 넣은 제목을 제안해줬어요. 검색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많은 앱 특성상 이게 은근히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에어프라이어를 예전과 거의 같은 가격으로 올렸는데, 이번엔 사흘 만에 채팅이 네 개 왔고 그중 한 분과 바로 거래가 됐어요.

가격은 AI에게 맡기면 안 되더라

여기서 욕심이 나서 가격도 물어봤습니다. “이 모니터 받침대 중고로 얼마에 팔면 적당할까?” 했더니 정가의 40~50% 정도가 적당하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럴듯해 보여서 그대로 올렸는데, 일주일 동안 관심 표시 하나 없었습니다. 그제야 앱에서 같은 모델을 직접 검색해봤더니 이미 팔린 글들이 제가 매긴 가격의 절반 수준이었어요. 비슷한 제품이 워낙 많이 풀려 있는 물건이었던 거죠.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AI도 실제 거래 시세는 모른다고, 앱에서 판매 완료된 글을 직접 확인하라고 순순히 인정하더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았겠지만, 제가 “적당한 가격”을 물었으니 일반적인 감가 비율로 답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는 가격만큼은 앱에서 ‘거래완료’ 글 5~6개를 직접 보고 정했고, AI에게는 “이 가격대에서 빨리 팔려면 글에서 뭘 강조할까” 정도만 물었어요.

채팅 답장과 거절 문구에도 써봤다

의외로 제일 도움이 된 건 판매글보다 채팅 쪽이었습니다. 중고거래를 하다 보면 무리한 가격 제안, 예약만 걸어두고 연락이 끊기는 경우, 택배 거래를 고집하는 경우 등 거절해야 할 일이 꽤 생깁니다. 저는 이런 거절을 유독 어려워해서, 답장을 미루다가 상대가 먼저 나가버리는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고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거절하는 짧은 답장”을 몇 개 받아뒀습니다. 예를 들면 “제안 감사해요. 다만 이미 시세보다 낮게 올린 거라 가격 조정은 어려울 것 같아요. 혹시 생각 바뀌시면 편하게 말씀 주세요.” 같은 식이요. 이걸 메모 앱에 저장해두고 조금씩 고쳐 쓰니, 채팅 하나에 10분씩 고민하던 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열 개 넘는 물건을 동시에 팔다 보니 체감이 꽤 컸어요.

다만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AI 답변보다 앱 자체의 안내를 따르는 게 맞다고 느꼈습니다. 택배 거래 시 외부 결제 링크를 보내는 사례를 물어봤을 때 AI도 주의하라고는 했지만, 실제 최신 사기 수법은 앱 공지나 고객센터 안내가 훨씬 구체적이었거든요.

3주 동안 팔린 것과 안 팔린 것

올린 물건은 총 12개였고, 3주 동안 9개가 팔렸습니다. 에어프라이어, 자전거, 스피커는 일주일 안에 나갔고, 가격을 다시 매긴 모니터 받침대도 결국 팔렸어요. 안 팔린 세 개는 오래된 전공 서적 두 권과 유행이 지난 패딩 하나였는데, 이건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수요가 없는 물건이라 그냥 나눔으로 돌렸습니다. 글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분명히 갈린다는 걸 그때 좀 실감했어요.

돌아보면 AI가 해준 건 “잘 파는 비법”이라기보다는, 제가 귀찮아서 빼먹던 정보를 빠짐없이 정리하게 만들어준 것에 가까웠습니다. 메모를 먼저 써야 하니 물건을 한 번 더 꼼꼼히 보게 됐고, 그게 글의 신뢰도로 이어진 것 같아요.

다음에 또 쓴다면 이렇게

  • 물건을 직접 보며 모델명·사용 기간·흠집·구성품·판매 이유를 먼저 메모한다.
  • “과장 없이, 이모지 없이, 담백하게”처럼 톤을 분명히 지정한다.
  • 가격은 앱에서 거래완료된 글을 직접 확인해서 정한다. AI의 감가율 추정은 참고만.
  • 자주 쓰는 거절·예약 답장은 미리 받아서 메모해둔다.
  • 사기 예방은 AI보다 앱 공식 안내를 따른다.

이사까지 아직 몇 주 남았는데, 정리하다 보니 또 팔 물건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엔 메모부터 쓰고 시작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