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마다 뛰는 습관을 들이려고 하는데, 문제는 매번 같은 플레이리스트만 틀어놓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뛰기도 전에 질려버리는 거였다. 재생목록을 새로 짜자니 이 노래 저 노래 검색해서 담는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몇 달째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에 작정하고 AI 추천 도구들을 제대로 써서 취향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스포티파이 AI DJ, 챗GPT, 그리고 요즘 말 많은 수노(Suno)까지 세 가지를 다 시험해봤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제각각이라 정리해두고 싶어졌다.
스포티파이 AI DJ부터 써봤다
가장 먼저 켜본 건 스포티파이에 있는 AI DJ 기능이었다. 목소리로 곡 소개까지 해주는 게 신기해서 처음 며칠은 재밌게 들었다. 그런데 나흘쯤 지나니까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예전에 좋아요를 눌러둔 가수 두세 명 위주로 계속 도는 느낌이었다. 신곡이나 낯선 아티스트를 소개해주긴 하는데, 결국 비슷한 무드의 곡들만 반복되니까 오히려 원래 플레이리스트보다 더 좁아진 기분이 들었다. 취향을 안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걸 듣고 싶어서 켠 건데, AI가 내 과거 취향에만 갇혀서 추천을 하니 답답했다.
챗GPT한테 직접 물어봤더니 벌어진 일
두 번째로는 챗GPT를 열어서 “아침 러닝할 때 듣기 좋은 텐션 높은 곡 스무 개 추천해줘”라고 물어봤다. 답은 순식간에 나왔고 목록도 그럴듯해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스무 곡 중에 세 곡 정도는 스포티파이에서 검색해도 안 나왔다. 앨범명이나 아티스트 이름을 살짝 틀리게 적어준 건지, 아니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곡을 그럴싸하게 지어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머지는 실제로 있는 곡들이었는데, 그중 절반은 이미 알고 있던 유명한 곡이라 굳이 AI한테 안 물어봐도 알 법한 것들이었다. 결국 한 곡 한 곡 직접 검색해서 확인하고 재생목록에 담는 데만 삼십 분 넘게 걸렸다. 편하게 만들려고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검증하는 시간이 더 든 셈이다.
다만 프롬프트를 조금 바꿔서 “비슷한 템포와 분위기인데 국내에 잘 안 알려진 해외 곡 위주로”라고 다시 요청했더니 결과가 확실히 나아졌다. 이번엔 실제로 존재하는 곡 비율도 높았고, 몇 곡은 처음 들어보는데도 꽤 마음에 들었다.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결과물 품질이 이렇게까지 차이 나는구나 싶어서 새삼 놀랐다.
수노(Suno)로 아예 새 노래를 만들어본 결과
마지막으로는 아예 곡을 새로 만들어주는 수노를 써봤다. 장르와 분위기, 대충 어떤 가사였으면 좋겠는지 몇 줄 적어서 넣었더니 정말로 이 분 남짓한 노래가 완성됐다. 멜로디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무난하게 잘 뽑혔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사가 문제였다. 러닝을 소재로 넣어달라고 했더니 “달려간다 앞으로 앞으로” 같은 표현이 후렴구에서 세 번이나 반복됐다. 처음 들을 땐 웃겼는데 두 번째 들을 때부터는 조금 민망했다. 결국 이 곡은 플레이리스트에 넣긴 했지만 순위상 맨 뒤로 보내뒀다. 신선하긴 한데 계속 듣고 싶은 곡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원한다면 세상에 하나뿐인 내 러닝 테마곡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재밌는 경험이었다.
세 가지를 다 써보고 나니 결국 어느 하나만 정답은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지금은 스포티파이 AI DJ로 큰 틀의 무드를 잡고, 거기서 부족한 부분은 챗GPT한테 구체적으로 요청해서 채우고, 수노로 만든 곡은 딱 한두 곡만 양념처럼 끼워 넣는 식으로 쓰고 있다. 그렇게 완성한 플레이리스트로 오늘 아침에도 뛰어봤는데, 예전보다 확실히 덜 지루했다. 곡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뛰는 기분까지 달라진다는 게 신기하다.
다음에 또 플레이리스트를 새로 짤 일이 생기면 참고하려고 이번에 느낀 점을 짧게 정리해둔다.
- AI DJ류 자동 추천은 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과거 취향에 갇히기 쉬우니 주기적으로 좋아요 목록을 정리해줘야 한다
- 챗GPT에게 곡 추천을 받을 땐 존재하지 않는 곡이 섞여 나올 수 있으니 재생목록에 담기 전에 하나씩 검색해서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 추천 프롬프트를 구체적으로 쓸수록, 특히 “덜 알려진 곡 위주로” 같은 조건을 붙일수록 결과물이 훨씬 나아졌다
- 수노 같은 생성형 음악은 신선한 재미는 있지만 가사가 어색하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서 메인 곡보다는 한두 곡 포인트로 쓰는 편이 낫다
결국 AI가 취향을 완전히 대신 찾아주진 못했다. 다만 혼자 검색하며 곡을 고르던 시간을 꽤 줄여줬고, 평소라면 절대 안 들어봤을 곡을 우연히 발견하게 해준 건 확실한 소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