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3명 중 1명, AI로 건강정보 찾아본다는 조사 듣고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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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에 목이 좀 칼칼해서 습관처럼 챗GPT를 켜고 “목 아픈데 목캔디 먹어도 되나, 병원 가야 하나”를 물어봤습니다. 답을 받고 나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만 이러는 게 아니겠구나. 그러다 오늘 퓨리서치(Pew Research)에서 낸 조사 결과를 보게 됐는데, 미국 성인 34%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건강 관련 일로 AI 챗봇을 써본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숫자로 보니까 제 습관이 딱히 특이한 게 아니었다는 게 새삼 실감 나더라고요.

조사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 조사는 미국 성인 3,488명을 대상으로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다고 합니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8%는 빠르게 건강 정보를 찾아보는 용도로, 25%는 지금 몸에 나타난 증상이 뭔지 이해하려고, 22%는 병원비 부담 없이 저렴하게 정보를 얻으려고 AI 챗봇을 썼다고 답했어요. 재밌는 건 연령대와 인종별로 온도차가 꽤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30대 미만 젊은 층에서는 44%, 아시아계 미국인 응답자에서는 무려 56%가 이런 용도로 AI를 써봤다고 답했더라고요. 저도 30대 초반이라 그런지 이 통계를 보면서 괜히 뜨끔했습니다.

응답을 받은 사람 중 47% 정도는 AI가 준 답변이 꽤 도움이 됐다, 혹은 아주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니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근데 정작 개인 건강 정보를 AI한테 편하게 공유해도 괜찮다고 답한 비율은 29%밖에 안 됐습니다. 도움은 받고 싶은데 내 몸 상태를 세세히 털어놓기는 좀 꺼려진다는, 그 애매한 심리가 숫자로 딱 드러난 셈이었어요. 저도 딱 그랬거든요. 증상은 대충 얼버무려서 물어보고, 정작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 수치 같은 건 절대 안 넣었습니다.

저는 왜, 그리고 언제 AI한테 건강을 물어보게 됐나

돌이켜보면 제가 AI한테 건강 관련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시점은 명확합니다. 병원 진료 시간이 애매하게 끝난 저녁이나 주말, 그리고 굳이 병원까지 가기엔 좀 민망한 애매한 증상일 때였어요. 예를 들면 손가락 마디가 갑자기 욱신거리는데 이게 그냥 무리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진짜 뭔가 이상이 있는 건지 판단이 안 설 때 같은 거요. 검색엔진에 증상을 쳐보면 십중팔구 최악의 시나리오만 잔뜩 나와서 괜히 불안해지는데, AI한테 물어보면 좀 더 차분하게 “이런 가능성도 있고 저런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증상이 동반되면 바로 병원 가보시는 게 좋습니다”처럼 단계별로 정리해줘서 마음이 좀 놓이더라고요.

다만 저도 이걸 진단으로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 이 상태가 응급실 갈 정도인가, 며칠 지켜봐도 되는가”를 가늠하는 용도로만 썼어요. 실제로 며칠 전에는 배가 계속 콕콕 쑤셔서 물어봤다가 “이런 패턴이면 진료를 받아보는 게 낫다”는 답을 받고 결국 병원에 갔던 적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별거 아니었지만, 그 판단을 내리기까지 걸린 그 며칠의 불안함을 조금은 덜어준 셈이었죠.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

이 조사와 같이 발표된 다른 연구 결과 하나가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외로움이나 우울감, 스트레스 때문에 AI 챗봇에 의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도움이 됐다는 응답보다 오히려 상태가 나빠졌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이 부분이 딱 이 기술의 경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이 아픈데 병원 가야 하나” 같은 단순하고 사실 확인 위주의 질문에는 AI가 꽤 쓸만한 1차 필터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마음이 힘들어서 기대는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거죠. 사람이 필요한 순간에 사람 대신 화면 속 대화창을 붙잡고 있게 되는 게, 통계로 보면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개인 정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응답자 대다수가 AI한테 도움은 받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자기 건강 데이터를 편하게 공유하지는 못하겠다고 답한 걸 보면, 다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 대화 내용이 어딘가에 계속 저장되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다는 뜻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편리함과 찜찜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로 다들 이 도구를 쓰고 있는 거죠.

결국 제가 내린 나름의 기준

이 조사 결과를 다 읽고 나서 제 나름대로 기준을 하나 세웠습니다. AI한테 물어보는 건 딱 “지금 병원에 가야 하는가, 며칠 지켜봐도 되는가”를 가늠하는 선까지만. 그 이상의 판단, 그러니까 실제 진단이나 치료 방향은 무조건 사람인 의사한테 맡기자는 겁니다. 그리고 마음이 힘들 때는 애초에 AI 창을 열지 않고 사람한테 전화를 걸자는 것도 함께 정했어요. 몇 줄짜리 다짐이지만, 이번 조사 통계를 보고 나니 왜 이 선이 필요한지 훨씬 분명해진 느낌입니다.

AI가 건강 정보를 찾아보는 첫 번째 창구가 되어가는 흐름 자체는 이제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각자 어디까지 기대고 어디서부터는 반드시 사람을 찾을지, 그 경계선을 스스로 정해두는 게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