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계부 앱으로 한 달 지출 관리해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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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카드값 명세서를 열어보다가 숫자를 보고 잠깐 멍해졌습니다. 딱히 크게 쓴 기억도 없는데 지난달보다 40만원 넘게 더 나가 있었거든요. 예전에 엑셀로 가계부를 몇 달 써본 적이 있는데, 매번 카드 내역을 하나씩 옮겨 적는 게 귀찮아서 두 달을 못 넘기고 그만뒀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번엔 자동으로 카드 내역을 읽어서 분류까지 해준다는 AI 가계부 앱을 하나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굳이 밝히지 않겠지만, 은행 앱 몇 개를 연동해서 국내에서 꽤 많이 쓰는 종류입니다.

첫 일주일, 생각보다 번거로웠던 점

설치하고 카드 세 개, 계좌 두 개를 연동하는 데만 거의 삼십 분이 걸렸습니다. 인증서 로그인이 중간에 두 번이나 튕겨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고요. 연동이 끝나고 나니 최근 석 달치 내역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는데, 자동 분류가 생각보다 엉성했습니다. 배달 음식점이 ‘생활용품’으로 잡히고, 스터디카페 결제가 ‘카페·간식’으로 묶이는 식이었죠. 며칠 동안은 퇴근하고 나서 십 분씩 앉아 잘못 분류된 항목을 하나씩 고쳐야 했습니다. 이럴 거면 그냥 엑셀 쓰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싶어서 살짝 후회도 했습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셋째 날이었습니다. 친구 결혼식 축의금으로 이체한 20만원이 ‘쇼핑’으로 분류되면서 그 주 지출 그래프가 갑자기 확 튀어 올랐거든요. 앱이 보내주는 주간 리포트에 큼지막하게 ‘이번 주 쇼핑 지출이 평소보다 3배 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떠서, 그거 하나 고치겠다고 카테고리 목록을 한참 뒤져야 했습니다.

2주차부터 달라진 것

그런데 신기하게 이 앱은 제가 고친 분류를 기억해뒀습니다. 같은 가게에서 결제가 다시 찍히면 이번엔 제가 지정한 카테고리로 알아서 들어가더군요. 열흘쯤 지나니 수정할 게 하루에 한두 개로 줄었고, 2주차부터는 거의 손댈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 저녁에 “이번 주 커피값이 지난주보다 3만 2천원 늘었어요” 같은 알림이 오는데, 처음엔 그냥 넘겼다가 세 번째 알림을 받고 나서야 진짜로 카페 가는 횟수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직접 계산해서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 숫자 하나에 자극을 받더라고요.

재미있었던 건 지출 알림 문구가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느 주는 “이번 주는 지난달 평균보다 적게 썼어요”라고 칭찬 비슷한 걸 보내오는데, 별것 아닌 문장 하나에 괜히 뿌듯해했던 제 모습이 좀 웃기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어느 주는 아무 말도 없이 그래프만 덩그러니 보내와서, 그게 더 눈치 보이기도 했고요.

예상 못했던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좋은 점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3주차쯤 되니까 알림이 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앱부터 열어보게 됐는데, 어느 순간 그게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친구랑 저녁 약속에서 밥값을 좀 넉넉히 냈던 날, 집에 오는 길에 굳이 앱을 열어서 그 지출이 어떻게 잡혔는지 확인하고 있는 저를 보고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알림 확인을 하루 한 번, 저녁 시간으로만 정해두고 그 외에는 앱을 열지 않기로 규칙을 하나 세웠습니다.

한 달 써보고 남은 생각

한 달을 채우고 나니 총 지출은 지난달보다 확실히 줄었습니다. 정확히 얼마나 줄었는지 숫자를 밝히기는 애매하지만, 체감상 커피와 배달 항목에서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다만 이게 앱 덕분인지, 그냥 지출을 매일 들여다보게 된 습관 덕분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둘 다겠죠. 확실한 건 예전 엑셀 가계부보다 오래 버티고 있다는 겁니다. 두 달을 못 넘기던 제가 지금 다섯 주째 매일 앱을 열어보고 있으니까요.

자동 분류가 초반에 좀 답답해도 일단 2주만 버텨보라는 말, 저도 처음엔 안 믿었는데 이제는 주변에 비슷한 얘기가 나오면 그렇게 말해주게 됐습니다. 대신 알림 확인 시간은 처음부터 정해두는 걸 추천합니다. 저처럼 하루 종일 지출 그래프를 들여다보게 되면, 돈을 아끼려다가 오히려 마음이 더 피곤해질 수 있거든요.

  • 카드·계좌 연동 초반 며칠은 분류를 직접 고쳐줘야 정확도가 올라간다
  • 큰 금액 이체(경조사비 등)는 초반에 엉뚱한 카테고리로 잡히기 쉬우니 미리 예상하고 있는 게 낫다
  • 주간 지출 알림은 꺼두지 말고 최소 한 달은 받아보는 게 낫다
  • 알림 확인 시간을 정해두지 않으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