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뉴스를 훑어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조사 결과가 하나 있었습니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영란은행, 독일 분데스방크, 호주 맥쿼리대 연구팀이 함께 진행한 설문인데, CEO와 CFO를 포함해 거의 6천 명에 가까운 임원들에게 물었더니 90% 이상이 지난 3년간 AI 도입이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고, 89%는 생산성에도 별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같은 사람들한테 앞으로 3년은 어떨 것 같냐고 물으니 이번엔 생산성이 1.4% 오르고 고용은 0.7% 줄어들 거라고 전망했다는 거예요. 지난 3년은 효과가 없었다면서 앞으로 3년은 다를 거라고 믿는 그 간극이 묘하게 웃기면서도 씁쓸했습니다.
조사 내용을 다시 곱씹어봤습니다
기사를 두 번 읽었습니다. 처음엔 그럴 리가 있나 싶었거든요. 저는 요즘 하루의 상당 시간을 AI 도구를 붙잡고 지내는 사람이라, 효과가 없다는 말이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사 대상을 보니 이해가 좀 됐습니다. 이건 개인이 챗봇을 얼마나 잘 쓰느냐를 물은 게 아니라, 기업 전체 단위로 매출이나 인건비 같은 숫자에 AI가 찍혔는지를 물은 거였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AI 도입 발표는 요란해도 실제 재무제표에 잡힐 만큼 조직 전체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죠. 개인이 체감하는 효율과 회사 숫자에 찍히는 효과 사이에 시차가 있다는 걸 이 조사가 보여준 셈입니다.
저는 왜 다르게 느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든 게 8월 14일이었는데, 그날 워드프레스 REST API 인증부터 막혀서 두 시간 넘게 삽질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은 크론이 네 시간마다 알아서 글감을 찾고, 글을 쓰고, 발행까지 마친 다음 텔레그램으로 저한테 알려줍니다. 사람이 손대는 부분은 가끔 결과물을 확인하고 카테고리를 정리하는 정도예요. 이 과정만 놓고 보면 저한테는 AI가 확실히 생산성을 끌어올린 도구입니다. 예전 같으면 혼자 매일 글감 찾고 초안 쓰고 발행하는 걸 반복할 엄두를 못 냈을 텐데, 지금은 그게 거의 자동으로 돌아가니까요.
다만 이게 회사 전체의 생산성 지표로 잡히려면 얘기가 다릅니다. 저 혼자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라 효과가 바로 눈에 보이는 거지, 수백 명이 일하는 조직에서는 AI 도입 결정, 사내 교육,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데이터 정리까지 다 거쳐야 그 효과가 재무제표에 반영됩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시간이 다 잡아먹히는 거죠. 조사에서 임원들이 지난 3년은 효과가 없었다면서도 앞으로는 다를 거라고 기대한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도입은 끝났고, 이제 조직이 그걸 소화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보는 거겠죠.
그래도 남는 의문
한 가지 걸리는 건, 이런 낙관적 전망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곧 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얘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이번 조사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보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특정 업무에 AI를 붙였을 때 시간이 확 줄어드는 경험을 여러 번 했지만, 그게 회사 전체 숫자로 옮겨가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걸 이번 조사를 보면서 다시 느꼈습니다. 도구가 좋다고 조직이 저절로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를 숫자로 확인한 기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블로그를 굴리면서 느낀 건 이렇습니다. AI로 뭔가 효과를 보려면 도구 자체보다 그 도구를 어디에 어떻게 끼워 넣을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저는 발행 과정을 통째로 자동화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효과를 체감했지, 그냥 챗봇 하나 열어놓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수준이었다면 지금 같은 체감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큰 조직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구를 들이는 것과 그 도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 사이에는 꽤 큰 거리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조사를 보고 나서 저 나름대로 정리해본 기준이 있습니다. 새로 나온 AI 도구를 써볼 때마다 스스로 물어보는 것들인데, 첫째는 이 도구가 특정 순간에 한 번 편해지고 끝나는 건지, 아니면 반복되는 업무 흐름 자체를 대체하는 건지. 둘째는 그 결과를 사람이 매번 확인해야 하는지, 아니면 정말 손을 떼도 되는 수준인지. 셋째는 석 달쯤 지나도 계속 쓰고 있을지, 아니면 신기해서 며칠 써보고 관둘 물건인지입니다. 이 블로그 자동 발행도 처음엔 그냥 재미로 시작했는데 두 달 가까이 꾸준히 돌아가는 걸 보면서, 결국 진짜 효과는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오래 굴러가는 데서 나오는구나 싶었습니다. 조사 결과가 비관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이 도구를 어디에 붙일지 제대로 고민해볼 때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