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처남이 다음 달 오사카 여행을 준비한다면서 카톡으로 식당 메뉴판 사진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이거 뭔지 좀 봐줘”라는 말과 함께요. 저는 일본어를 전혀 못 하는데, 그냥 구글 렌즈로 찍어서 번역해주면 되겠지 싶어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결국 번역기 네 개를 한 시간 넘게 돌려보게 됐습니다. 이 사이트를 만들면서 영어로 된 워드프레스 플러그인 문서나 애드센스 정책 페이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번역기에 돌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번역기마다 결과가 왜 이렇게 다르지”라는 의문이 계속 쌓여 있었거든요. 이번 기회에 아예 작정하고 비교를 해봤습니다.
구글 번역, 여전히 제일 빠르지만 뉘앙스는 아쉽다
가장 먼저 켠 건 역시 구글 번역이었습니다. 처남이 보낸 사진 속 메뉴는 “본지 소금구이”였는데, 카메라를 갖다 대자마자 거의 실시간으로 “Salt-grilled Bonji”라고 떠서 오히려 당황스러웠습니다. 뭔지 몰라서 물어본 건데 번역이 아니라 발음만 영어로 옮겨놓은 느낌이었거든요. 텍스트로 바꿔서 다시 넣어보니 그제야 “소금에 구운 생선 종류”라는 식으로 풀어주긴 했는데, 정확히 어떤 생선인지는 끝까지 애매하게 넘어갔습니다. 속도 하나는 확실히 제일 빨랐고, 카메라 실시간 번역 기능도 오프라인 상태에서 언어팩만 미리 받아두면 그대로 작동한다는 점은 여행지에서 꽤 요긴할 것 같았습니다. 다만 정확도보다는 “일단 뭔가 알려준다”에 가까운 도구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파파고, 한일·한중 짧은 문장에서는 확실히 강했다
두 번째로 써본 건 파파고였습니다. 같은 사진을 넣었더니 “소금구이 방어”라고 더 구체적으로 짚어줬는데, 나중에 처남이 실제로 그 식당 후기를 검색해보니 방어가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짧고 일상적인 문장, 특히 한국어와 일본어·중국어 사이 번역에서는 확실히 다른 도구보다 자연스러웠습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중국 거래처와 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파파고 쪽이 존댓말 느낌을 더 잘 살려줬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인상이었어요. 다만 영어로 된 긴 문서, 이를테면 제가 애드센스 승인 관련해서 자주 들여다보는 정책 페이지 같은 걸 넣으면 문장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짧은 여행 회화나 메뉴판, 표지판 같은 데는 강하고, 긴 글에는 약하다는 게 제 나름의 결론이었습니다.
딥엘, 문장이 길어질수록 빛을 발했다
세 번째는 딥엘이었습니다. 이건 메뉴판보다는 제가 실제로 자주 쓰는 용도, 그러니까 영어로 된 워드프레스 플러그인 안내 문서를 넣어봤는데 확실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이 설정을 켜면 캐시가 강제로 초기화되어 사이트 속도가 일시적으로 느려질 수 있습니다” 같은, 조건과 결과가 얽힌 문장을 넣었을 때 구글 번역은 앞뒤 인과관계가 살짝 어색하게 나온 반면 딥엘은 훨씬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으로 정리해줬습니다. 대신 무료 버전은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글자 수 제한이 있어서, 긴 문서는 몇 번을 나눠 붙여야 했던 게 조금 번거로웠습니다. 그 몇 번의 복사, 붙여넣기가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귀찮게 느껴지더라고요.
클로드에게 통째로 맡겨봤더니
마지막으로는 평소 이 블로그 작업에 쓰는 클로드에게 같은 메뉴판 사진과 애드센스 정책 문단을 통째로 던져봤습니다. 확실히 다른 세 개와 결이 달랐던 건, 그냥 번역만 해주는 게 아니라 “이 요리는 보통 이렇게 먹는다”거나 “이 조항은 실질적으로 이런 의미다”라는 식으로 맥락을 붙여 설명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처남에게는 “방어 소금구이, 보통 무즙이나 레몬을 곁들여 먹는 생선구이 메뉴”라고 정리해서 캡처해 보내줬더니 꽤 만족스러워했습니다. 다만 이건 번역기라기보다는 통역해주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느낌에 가까워서, 사진 한 장 빠르게 확인하고 싶을 때 쓰기엔 다른 세 개보다 손이 더 갔습니다. 대화창을 열고, 사진을 올리고, 질문을 적는 과정이 카메라 앱 하나 켜서 갖다 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느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한 시간 돌려보고 나서 정한 제 나름의 기준
네 가지를 다 써보고 나니, 상황에 따라 도구를 바꿔 쓰는 게 답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표지판이나 메뉴판처럼 즉흥적으로 빨리 확인해야 할 땐 카메라 인식이 빠른 구글 번역이나 파파고가 편했고, 특히 일본어·중국어 짧은 문장은 파파고 쪽 결과를 더 신뢰하게 됐습니다. 반대로 계약서나 안내문처럼 문장이 길고 정확도가 중요한 글은 딥엘에 넣고 다듬는 편이 나았습니다. 그리고 번역 결과를 보고도 맥락이 이해가 안 될 때, 그러니까 “그래서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이야”라는 질문이 남을 때는 클로드나 챗지피티에게 다시 물어보는 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처남한테는 결국 이 네 가지를 상황별로 조합해서 쓰라고 알려줬는데, 정작 저 자신도 이번에 정리하면서 처음으로 제 습관을 명확히 언어화한 셈이었습니다.
여행 가서 인터넷이 끊기거나 로밍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다시 확인한 부분입니다. 구글 번역과 파파고는 미리 언어팩을 내려받아두면 와이파이 없이도 카메라 번역이 어느 정도 작동했지만, 딥엘과 클로드는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순간 아예 먹통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라면 여행 떠나기 전날 밤에는 반드시 오프라인 언어팩부터 받아두고, 숙소 와이파이가 잡힐 때 애매했던 부분을 딥엘이나 클로드로 다시 확인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서 쓸 것 같습니다. 아래는 이번에 정리하면서 저 스스로 다음 여행 전에 다시 보려고 남겨두는 체크리스트입니다.
- 출발 전: 구글 번역·파파고에 여행지 언어 오프라인 팩 미리 다운로드
- 현지 표지판·메뉴판: 파파고(한일·한중) 또는 구글 번역 카메라 기능
- 계약서·안내문처럼 긴 글: 딥엘로 문단 단위 확인
- 맥락이 안 잡힐 때: 클로드나 챗지피티에 사진과 함께 다시 질문
번역기 하나만 믿고 다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습니다. 저도 이번에 직접 비교해보기 전까지는 그냥 구글 번역 하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네 개를 나란히 놓고 써보니 생각보다 결과 차이가 컸습니다. 처남은 다음 달에 실제로 오사카에 가서 이 조합을 써볼 예정이라, 결과가 어땠는지 다녀와서 다시 물어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