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동네 마라톤 대회 10km 부문에 덜컥 신청을 해버렸습니다. 문제는 제가 평소에 뛰는 거리가 기껏해야 3~4km, 그것도 기분 내킬 때 일주일에 한 번 정도였다는 겁니다. 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8주. 러닝 앱에 기본으로 들어 있는 훈련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제 일정(화·목은 야근이 잦고 주말 중 하루는 아이와 보내야 함)에 맞추기가 애매했습니다. 그래서 챗GPT와 클로드에 똑같은 조건을 주고 8주 훈련표를 각각 짜달라고 해봤습니다. 그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실제로 첫 3주를 따라가 본 이야기입니다.
두 AI에 똑같이 던진 질문
공정하게 비교하려고 질문은 메모장에 먼저 써두고 그대로 복사해서 붙였습니다. 내용은 대략 이랬습니다. “40대 초반 남성, 현재 3km를 20분 조금 넘게 뛸 수 있음. 8주 뒤 10km 대회 완주가 목표, 기록 욕심은 없음. 월·수·토 아침에만 뛸 수 있고 한 번에 최대 50분. 왼쪽 무릎이 가끔 시큰거림. 주차별 훈련표를 표로 만들어줘.”
무릎 얘기를 넣을까 말까 잠깐 고민했는데, 넣길 잘했습니다. 두 AI의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난 지점이 바로 거기였거든요.
챗GPT가 짜준 훈련표
챗GPT는 답이 빨랐고 표가 깔끔했습니다. 월요일은 가벼운 조깅, 수요일은 인터벌(1분 빠르게, 2분 천천히 반복), 토요일은 장거리로 역할을 나누고, 토요일 거리를 4km에서 시작해 매주 조금씩 늘려 7주 차에 9km를 찍은 뒤 마지막 주는 거리를 확 줄이는 구성이었습니다. 러닝 책에서 흔히 보던 구조라 신뢰가 갔습니다.
다만 무릎 얘기는 표 아래에 “무릎 통증이 있으면 전문의와 상담하세요”라는 한 줄로만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훈련표 자체에는 무릎을 고려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2주 차부터 바로 인터벌이 들어가는 것도 조금 걱정됐습니다.
클로드가 짜준 훈련표
클로드는 표를 주기 전에 두 가지를 먼저 되물었습니다. 무릎이 시큰거리는 게 뛰는 도중인지 다음 날인지, 그리고 지금 신는 러닝화를 얼마나 오래 신었는지. 솔직히 처음엔 “그냥 표나 주지” 싶었는데, 답하고 나니 결과물이 꽤 달라졌습니다. 저는 다음 날 계단 내려갈 때 시큰하다고 답했고, 신발은 3년 넘게 신은 거라고 했죠.
그러자 클로드 쪽 훈련표는 1~2주 차를 거의 “걷기+달리기 섞기”로 채웠고, 인터벌은 4주 차부터 넣었습니다. 대신 월요일 세션 끝에 10분짜리 하체 근력 운동(스쿼트, 런지, 카프레이즈)을 붙였고, 토요일 장거리는 8주 차 대회 전까지 최대 8km로 잡았습니다. “10km를 연습에서 한 번도 안 뛰어봐도 괜찮냐”고 다시 물었더니, 완주가 목표라면 대회 당일 페이스를 낮추면 충분하고 오히려 무릎 부담을 줄이는 쪽이 낫다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신발 교체를 먼저 고려해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3주 따라가 보니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는데, 결국 클로드 표를 기본으로 하고 토요일 거리만 챗GPT 쪽처럼 조금 더 늘려보기로 했습니다. 욕심이었죠. 2주 차 토요일에 챗GPT 표대로 5km를 쉬지 않고 뛰었더니, 뛰는 동안은 멀쩡했는데 일요일 아침 아이 데리고 놀이터 가는 계단에서 무릎이 제대로 시큰거렸습니다. 그날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 뒤로는 순순히 클로드 표로 돌아갔고, 미루던 러닝화도 새로 샀습니다. 3주 차가 끝난 지금은 걷기 구간 없이 4km를 뛰어도 다음 날 무릎이 조용합니다. 이게 신발 덕인지, 근력 운동 덕인지, 그냥 몸이 적응한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이 3주 해본 걸로 어느 쪽 표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요.
비교하면서 느낀 차이
이번 경험으로 보면 챗GPT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좋은 답”을 빠르게 주는 데 강했고, 클로드는 조건 중에 걸리는 부분을 먼저 캐물어서 답을 좁혀가는 쪽이었습니다. 물론 챗GPT에도 무릎 얘기를 다시 짚어서 물었다면 비슷하게 조정해줬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질문을 한 번씩만 던진 비교라서, 어느 도구가 더 낫다기보다는 “첫 답을 그대로 받아쓰면 안 된다”는 쪽이 더 정확한 교훈 같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AI가 짜준 훈련표는 의사나 코치의 판단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제 무릎이 계속 아팠다면 표를 고칠 게 아니라 병원을 가는 게 맞았을 겁니다. 두 AI 모두 그 점은 분명하게 적어줬습니다.
AI로 러닝 훈련표 짤 때 챙길 것
제가 해보면서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 싶었던 것들만 짧게 적어둡니다.
- 뛸 수 있는 요일·시간, 현재 실력(몇 km를 몇 분에)을 숫자로 적는다
- 아픈 곳이 있으면 “언제, 어떻게” 아픈지까지 적는다
- 같은 질문을 두 도구에 던져보고, 서로 다른 부분이 어디인지 확인한다
- 표를 받으면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짰어?”라고 한 번 더 물어본다
- 통증이 계속되면 표를 고치기 전에 전문가를 먼저 찾는다
대회까지는 이제 5주가 남았습니다. 완주하면, 그리고 무릎이 끝까지 버텨주면, 남은 5주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