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여행 일정 플래너로 경주 여행 짜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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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에 경주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그냥 숙소만 예약해두고 발길 닿는 대로 다닐 생각이었는데, 출발 일주일 전에 문득 이번엔 AI로 일정을 제대로 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블로그를 만들면서 Claude Code를 매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걸 여행 계획에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결과부터 말하면 반은 성공, 반은 제 손으로 다시 뜯어고쳐야 했습니다.

ChatGPT에게 먼저 물어봤습니다

처음엔 ChatGPT에 “경주 2박 3일 일정 짜줘, 대중교통 위주로, 첫날은 늦게 도착”이라고 대충 던졌어요. 그랬더니 정말 그럴듯한 표로 일정을 뽑아주긴 하는데, 문제는 동선이었습니다. 첫날 저녁에 대릉원 근처 숙소를 잡았는데 둘째 날 아침 일정으로 불국사를 먼저 넣고, 오후에 다시 대릉원 근처 황리단길로 돌아오는 식으로 짜준 거예요. 버스 시간표까지 대충 맞춰보니 이동만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날아가는 동선이었습니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니 딱 봐도 비효율적인데, AI는 그걸 모르고 그냥 “유명한 곳 순서대로” 나열한 느낌이 강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프롬프트를 바꿔봤습니다. “숙소는 황리단길 근처,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하루에 도보 이동은 4킬로미터를 넘지 않게”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제약 조건을 달아주니 그제서야 쓸 만한 동선이 나오더라고요. 결국 AI 일정 짜기는 첫 질문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지도를 보면서 계속 되물어야 하는 작업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Claude로 맛집과 영업시간을 다시 확인했어요

일정 뼈대는 ChatGPT로 잡았지만, 맛집 정보는 Claude에게 따로 물어봤습니다. 이유가 있는데, 예전에 다른 여행에서 AI가 추천해준 식당이 실제로는 몇 년 전에 폐업한 곳이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이번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영업 여부는 네가 확신할 수 없으니, 대신 어떤 메뉴가 유명한 지역인지 그리고 검색해서 확인해야 할 가게 이름 후보를 알려줘”라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서 물어봤습니다. 실제로 둘째 날 점심으로 추천받은 곳 중 한 곳은 검색해보니 정말로 문을 닫은 상태였고, 다른 한 곳은 웨이팅이 두 시간이 넘는 곳이라 결국 근처 다른 식당으로 바꿨어요.

재밌었던 건, 날씨 이야기를 하니까 우산을 챙기라는 둥 반팔을 준비하라는 둥 계절 감각은 꽤 자연스럽게 답해준다는 점이었어요. 다만 실시간 날씨 예보는 볼 수 없다고 스스로 밝히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출발 전날엔 기상청 앱을 따로 켜서 확인했습니다. AI가 모든 걸 대신해주길 바라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실제로 써보니 좋았던 점

동선 문제나 폐업 정보 같은 실수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시간을 꽤 아꼈습니다. 예전 같으면 블로그 후기를 열 개, 스무 개씩 뒤져가며 일일이 비교했을 텐데, 이번엔 큰 틀을 AI가 잡아주고 제가 검증만 하는 식으로 진행하니 준비 시간이 확실히 줄었어요. 특히 “비 오는 날 대안 코스”처럼 제가 미처 생각 못 했던 경우의 수를 물어보면 바로바로 대체 일정을 제안해주는 점은 꽤 유용했습니다. 둘째 날 오후에 실제로 비가 와서 야외 일정을 실내 박물관 관람으로 바꿨는데, 미리 짜둔 대안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어요.

다음에 또 쓸 거라면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이번 경험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AI 여행 플래너를 쓸 때 지킬 나름의 원칙이 생겼습니다. 첫 질문에 나온 일정을 그대로 믿지 않고, 지도 앱을 켜서 동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 맛집이나 가게 정보는 영업 여부를 반드시 별도로 검색해서 재확인하는 것. 그리고 날씨나 실시간 정보처럼 AI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히는 부분은 다른 채널로 따로 챙기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AI가 짜준 일정을 훨씬 안전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주 여행은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첫날 밤에 숙소 근처 카페에서 다음 날 일정을 다시 조율하며 마신 커피 한 잔이 유독 기억에 남네요. AI가 모든 걸 완벽하게 해결해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뭐부터 검색해야 하지”라는 막막함은 확실히 줄여줬습니다.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저는 아마 또 AI에게 초안을 맡기고, 지도를 켜서 검증하는 이 조합을 그대로 쓸 것 같습니다.

체크리스트

  • AI가 짜준 동선은 지도 앱으로 실제 이동 거리를 다시 확인한다
  • 추천받은 맛집·가게는 영업 여부를 별도로 검색해 확인한다
  • 실시간 날씨나 교통 정보는 AI 대신 공식 앱을 따로 확인한다
  • 비 오는 날 등 대안 일정을 미리 한두 개 물어봐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