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도구로 책 빠르게 훑어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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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 회사에서 갑자기 다음 주까지 어떤 경영서를 읽고 독서모임 발제를 맡으라는 얘기가 나왔다. 삼백 페이지가 넘는 책이었고 그 주에 다른 마감도 겹쳐 있어서 도저히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시간이 안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AI로 책을 빠르게 훑어보는 방법을 제대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예전에도 몇 번 비슷하게 써본 적은 있는데 그때는 그냥 한 가지 방법만 대충 쓰고 말았다면, 이번엔 발제를 맡은 김에 세 가지 방법을 다 써보고 비교까지 해봤다.

제일 먼저 해본 건 챗GPT에 전자책 파일을 통째로 올리고 장별로 요약해달라고 시키는 방법이었다. 파일을 업로드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막상 요약을 시켜보니 앞부분 몇 장은 꽤 구체적으로 정리해주다가 뒤로 갈수록 내용이 점점 뭉뚱그려졌다. 열 장짜리 책인데 여덟 번째 장부터는 두세 문장으로 퉁쳐버리는 식이었다. 한 번에 다 시키지 말고 장을 나눠서 따로따로 요청해보니 그제야 골고루 자세하게 나왔는데, 그러다 보니 챗GPT 창을 열 번 넘게 다시 열어야 했다. 결국 다 정리하는 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빠르게 훑어보려고 시작한 건데 오히려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이 돼버린 셈이다.

같은 책, 클로드로 다시 시켜보니 결과가 꽤 달랐다

혹시나 해서 같은 책, 같은 방식으로 클로드에도 요약을 시켜봤다. 신기하게도 장별 분량 편차가 훨씬 덜했다. 뒷부분까지 비교적 고르게 요약해줬고, 특히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핵심 주장이 뭔지 짚어주는 부분이 챗GPT보다 더 명확했다. 발제 자료로 쓰기엔 이쪽이 훨씬 나았다. 다만 통째로 한 번에 넣었을 때 뒷부분에서 아주 가끔 문장이 어색하게 끊기는 경우가 있어서, 중요한 장은 따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손이 덜 가는 쪽은 확실히 클로드였다. 같은 도구라도 어떤 책이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체감했다.

블링키스트는 편했지만 이 책은 없었다

세 번째로 시도한 건 책 요약 전문 앱으로 알려진 블링키스트였다. 무료 체험 기간이 있길래 일단 깔아봤다. 검색창에 책 제목을 넣어봤는데 정작 이번에 읽어야 하는 책은 목록에 없었다. 국내 저자의 책이라 그런지 절반 정도는 아예 검색이 안 됐다. 대신 예전에 읽으려다 미뤄뒀던 다른 해외 경영서를 검색해보니 그건 바로 나왔는데, 열다섯 분량 정도로 핵심만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서 놀랐다. 오디오로 들을 수도 있어서 출퇴근길에 이어폰만 꽂으면 되는 것도 편했다. 다만 신간이나 국내서는 기대만큼 커버가 안 된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다. 결국 이번 발제 준비에는 못 썼고, 다음에 원서를 급하게 훑어봐야 할 때 다시 써볼 생각이다.

세 가지를 다 써보고 나니 상황에 따라 골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손에 든 책 파일이 있고 국내서라면 클로드에 장별로 나눠서 요약을 시키는 쪽이 제일 믿을 만했다. 시간이 정말 없어서 한 번에 대충이라도 훑고 싶으면 챗GPT도 나쁘지 않았지만, 장을 쪼개서 요청하는 수고는 각오해야 했다. 반대로 유명한 해외 원서를 오디오로 편하게 듣고 싶다면 블링키스트가 제일 매끄러웠다. 결국 발제 자료는 클로드로 정리한 요약을 뼈대로 삼고, 실제 발제 전날 밤에 원문에서 중요해 보이는 두세 챕터만 직접 넘겨 읽으면서 놓친 뉘앙스를 보충했다. 완전히 안 읽고 요약만으로 때우는 건 역시 무리였지만, 시간을 사분의 일 정도로 줄여준 건 확실했다.

발제 모임 당일에는 다행히 큰 티 안 나게 넘어갔다. 다만 누군가 세부 사례를 콕 집어 물어봤을 때 순간 말이 막혔던 걸 보면, 요약만으로는 못 채우는 구멍이 분명히 있다는 것도 같이 느꼈다.

다음에 또 급하게 책을 훑어야 할 일이 생기면 참고하려고 짧게 남겨둔다.

  • 한 번에 통째로 요약을 시키면 뒷부분이 부실해지기 쉬우니 분량이 많으면 장을 나눠서 요청하는 게 낫다
  • 같은 프롬프트라도 챗GPT와 클로드 결과가 꽤 다르니 중요한 자료라면 두 곳에 다 시켜보고 비교하는 편이 안전하다
  • 블링키스트 같은 전문 요약 앱은 국내서보다 해외 유명 원서에서 훨씬 강했다
  • 발제나 보고처럼 세부 사례를 물어볼 가능성이 있는 자리라면 요약만 믿지 말고 핵심 챕터 한두 개는 직접 읽어두는 게 안전하다

결국 AI 요약이 책 읽는 시간을 대신해주지는 못했다. 다만 어디부터 제대로 읽어야 할지 골라내는 시간은 확실히 줄여줬고, 그 정도만으로도 이번 주는 충분히 도움이 됐다.